IT 기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아이폰이나 에어팟, 맥북에 먼지가 끼면 가만히 보고는 못 참는다. 효과적으로 그 먼지를 제거할 툴을 찾다 보니 두 가지가 레이더에 들어왔는데, 스프레이와 젤이었다. 둘 다 구매를 해봤다. 스프레이의 장점은 넓은 면적을 순식간에, 몇 번 분사함으로써 먼지 제거를 할 수 있다는 점인데, 단점은 너무 명백했다. 먼지가 조금이라도 점착력을 가지고 표면에 붙어 있다면 떼어내기 힘들다는 것. 예를 들어, 에어팟 귓구멍 쪽 그릴에 귀지가 붙었다면 깨끗이 떼어내기 힘들다. 먼지를 좀 더 확실히 떼어낼 수 있는 툴은 젤이 되겠다. 쿠팡에서 한 팩에 400원짜리 10팩을 구매했는데, 한 팩만 가지고도 1년은 넘게 쓰겠다. 에어팟에 끼는 귀지 청소, 아이폰 카메라 주변 먼지와 스피커 그릴에..
제주도에 다녀왔다. 어떤 모임의 회원들끼리 떠나는 2박3일의 투어를 따라간 것인데, 하루 세끼 열성적으로 챙겨먹는 것을 비롯해서 사소한 것에 기뻐하고 자기 내면과 타인에 지극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보았다. 상식을 실천하는 모습이 도리어 신기하더니, 이내 내 몸과 마음을 볕에 구워 말리는 느낌이었다. 가이드를 자임한 동행의 제안에 따라 김영갑 갤러리에 들렀다. 작가가 별다른 상업적 활동 없이 20년 이상 제주에서 혼자 살고 있다는 동행의 설명에 “부자 예술가인 모양이군요”라고 무심코 말했던 나는 그곳에서 집어든 책을 일별하며 말문이 막혔다. 버스값 아끼느라 걸어다니고 아침에 속을 달랠 우유 한잔을 자제하면서도 끄떡없던 사람이, 필름과 인화지가 떨어져가면 뿌리 잘린 풀마냥 작은 충격에도 중심을 잃는다고 썼..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호모 사피엔스의 고민은 거기서 끝이 났다고- 내 낡은, 중고생을 위한 영한 대역, 의 책장을 덮으며 나는 생각한다. 죽느냐, 사느냐. 돌이켜보니 나도 그런 엇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설마하니 중고생 때의 일이었고, 무렵의 나는 이라는 이름의 부업을 가진 호모, 사피엔스였다. 아, 그리운 호모 사피엔스의 시절, 시절들. 호모 사피엔스는 호모 사피엔스고, 지금 나는 아이 팟(i Pod)이라는 이름의 MP3플레이어에 꽂혀 있다. 매우 사고 싶다. 매우, 사고 싶어. 카탈로그의 제품 사진을 볼 때마다- 나는 작살에 꽂힌 생선처럼 마음이 퍼덕, 인다. 오 마마미아. 새하얀, 뉴 모델의 아이 팟이 갖고 싶어, 란 제..
그들은 늘 궁리해왔다. 당신의 식사시간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를. 그들은 늘 기다려왔다. 당신이 밥을 빨리 먹고 일어서기를. 그들은 늘 모색해왔다. 당신이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기를. 그들은 누구인가? 쉿, 비밀이야! 내가 본 최초의 패스트 푸드는 채플린의 영화 를 통해서였다. 기본적인 발상은, 그러니까 노동자의 밥먹는 시간도 아깝기만한, 아니, 밥을 먹이는 그 순간에도 일을 시킬 순 없을까? 물론 있지요!의 발상 그것이었다. 일해라. 가만히 있으면 기계가 밥을 먹여줄 테니, 그러므로 일해라. 만국의 노동자여! 내가 먹은 최초의 패스트 푸드는 햄버거였다. 햄버거를 먹으며 나는 캠퍼스를 뛰어다니거나, 종로3가의 극장가를 서성이거나,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했다. 자네 참, 열심이군. 저 참, 열심이죠..
아파트 단지안에서 쓰레기 발효시켜 퇴비로 만든다면‥ 어린 시절 동네 어귀에 엿장수의 가위치는 소리가 들려오면 아이들은 집에 모아두었던 빈병이나 종이 상자, 찢어진 고무신, 찌그러진 양은냄비 등을 들고 와 엿과 바꿔 먹곤 했다. 마당 한켠에는 음식물 쓰레기나 덤불 등을 모아 퇴비화해 농사에 이용하고, 수명을 다한 물건들은 따로 모아두었다가 다른 물건과 바꿔 재활용하였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양은 그리 많지 않았다. 많은 물건들이 목적없이 섞여 있으면 ‘쓰레기’가 되어 소각이나 매립을 해야 하지만 분리수거가 되면 쉽게 ‘원료’로 이용되어 우리 생활에 요긴한 용품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요즘 한 가정의 연간 배출 쓰레기양은 4인 기준으로 1.2t이 넘는다고 한다. 이 가운데 약 60%..
자연소재 단열재로 건강한 집을 짓자 한참 언론을 통해 ‘새집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소개되면서 일반인에게까지 친숙하게 되었다. 새집으로 이사 간 이후로 원인 모를 두통과 구토를 경험한 사람들도 ‘아, 그것이 새집증후군이었구나’ 싶을 게다. 그 원인은 건물 마감재와 건축자재 등에서 배출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독성이다.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건축재료 중 단열재로 쓰이는 것은 화학제품이 대부분이다. 인체에 유해하고 버릴 때 자연으로 쉽게 돌아갈 수 없는 재료들인 것이다. 전에는 건물 전체를 난방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난방을 하다 보니 단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으나 요즘은 대부분 건물 전체를 냉난방하기 위해 단열재를 많이 쓰게 된다. 그러다 보니 더욱 화학재료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
영하 10도 한겨울 목욕하고 나와 창문에 기댔는데… 중세 유럽의 유명한 성당이나 건축물을 보면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판유리가 생산되기 시작했던 산업화 이전 시기에는 창문 소재로 작은 조각유리를 이어붙여 만들었던 것이다. 그만큼 유리는 귀했고 가공과정도 세밀했기 때문에 유리로 만든 창문이 있는 집은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그 시대에 이사를 갈 때는 유리창을 떼어 갔다고 하니 그 만큼 귀한 소재였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주로 창호지를 이용하였는데 옛날 건물이 춥고 에너지 소비가 많았던 것은 창문으로의 열손실이 많았기 때문이다. 건물에서의 열손실은 창문이 차지하는 면적과 창문의 성능에 따라 차이가 크며, 공동주택의 경우 일반적으로 창문을 통해서 빠져나가는 ..
태양전지판 지붕뿐 아니라 벽에도 붙인다 한낮의 나른함이 싫지 않은 요즘 벚꽃이 만발한 봄 풍경을 보면 태양의 위력을 다시 한번 느낀다. 모든 생명체의 근원인 태양은 밝은 빛으로, 따스함으로 그동안 잠들어 있던 생물을 일깨우기에 부족함이 없는 존재다. 요즘처럼 환경과 더불어 에너지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태양을 이용한 대체에너지다. 대체에너지원으로서, 청정에너지로서 태양만큼 전세계적으로 유용할 수 있는 것은 없는 듯하다. 태양광전지는 헨리 베크렐이라는 물리학자가 규사를 포함하는 물질에 빛이 비추면 전기가 발생한다는 데 착안해 발명했다. 식물이 광합성을 하듯이 인공적으로 빛에서 에너지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혁명적 발견이었다. 현재 지구상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는 평방미터당 약 342W로 이 가운데 ..
정화조 대신 정화연못을…조경시설로도 가능 예전 전통 마을에는 하수관이 없었다. 대신 마을을 관통하거나 돌아서 흘러 나가는 냇물이 있었고, 냇가에서는 낮 동안 동네 어린이들이 멱을 감고 밤에는 아낙네들이 목욕을 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각 집에서 나오는 생활하수를 집 근처에서 정화시킬 수 있는 텃밭이나 미나리가 심겨 있는 도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연의 수용력 안에 사는 삶의 형태 때문에 이것이 가능했겠지만 자연이 갖고 있는 정화능력을 생활 속에서 적용하는 지혜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는 물이 깨끗하다고 해서 시골마을 냇가에서 선뜻 멱을 감기는 어려울 듯 싶다. 이는 각 집 정화조를 거쳐간 하수가 하천으로 직접 흘러들어 오염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집마다 또는 마을 안에 정화연못을 설치한..
겨울에 자른 목재를 써라 건축을 하는 나로서는 나뭇결이 살아 있는 고색창연한 옛 건축물을 만나면 마치 오래 된 연인을 만난 듯 반갑다. 더욱이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로 반들반들해진 나무를 쓰다듬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인지 건축재료로도 목재를 선호하는 편이다. 목재는 인간과 같은 유기체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사람과 동일한 생체리듬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돌이나 철과 같은 차가운 느낌의 재료보다 자연적인 나뭇결이 살아있는 목재를 선호하고 신체도 다른 재료들과는 달리 목재에 대하여 좋은 감각을 느낀다. 그러나 언제부터 나무는 콘크리트와 철에 밀려 건축재료로서의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아마도 지난 1960~70년대 헐벗은 산을 녹화하는 데 주력한 나머지 나무를 벤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