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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20  07:53:00

환경도 지키고 가족의 건강도 위하는 생태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 분야 전문가로서 생태건축 만들기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이태구 세명대학교 교수의 생생한 체험담을 연재한다.

환절기면 꽃가루와 먼지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나는 평소 너른 마당에 아담한 집을 꿈꿔왔다. 더욱이 여러 세미나에서 생태건축 강좌를 하는 나로서는 강의 뒤 받는 이러한 질문에 난처한 때도 있었다. “교수님은 어떤 집에서 사세요?” “아, 예. 아파트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내가 아파트를 편해해서요.” 궁색한 대답으로 아내를 팔긴 했지만 언젠가 흙과 나무로 건강한 집을 짓겠노라고 다짐한 바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올해 초 농가주택을 얻어 집수리를 시작하면서 방 세 개에 흙을 발랐다. 깔끔한 아파트와 같은 실내를 기대했던 아내는 터덕터덕 벽에 흙이 발라질 때마다 긴 한숨을 내쉬었고 쩌억쩌억 흙이 갈라질 때는 “그러게 내가 뭐랬어. 그냥 벽지 바르자고 했잖아”라며 핀잔을 주었다. 급기야 진흙이 벽에서 벌러덩 자빠졌을 때는 거의 울먹이기까지 했다. 그도 그럴것이 아직도 겨울바람이 쌀쌀한 이곳 제천에서 잔뜩 물먹은 흙이 그리 쉽게 마르질 않았다. 요즘 황토흙으로 벽을 바랐다고 하는 곳은 대부분 화학적 혼화재를 섞어 흙의 강도나 굳기를 빠르게 하지만 이는 흙이 갖는 고유의 탈취력·습도조절능력·단열기능 등을 발휘하지 못하므로 나는 이러한 방법을 쓰지 않았다. 덕분에 온 식구가 오리털 파커를 뒤집어 쓰고 3월 이른봄 추위를 견뎌내야만 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집은 아내 취향의 깔끔한 벽지와 나의 의지가 묻어난 건강한 흙집의 오묘한 조화 속에 마무리를 지어갔다. 흙을 바른 방 세 개에는 동물성 단백질인 카제인과 붕사, 천연색소 및 돌가루 등을 섞어 마감하였다. 이사온 지 한달 만에 짐을 풀고 아내는 이제 흙집 예찬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의 새집살이가 시작됐다.

이태구 세명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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