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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23. 00:18:34

풀 심어 냉·난방 효과까지
아! 지붕에 풀 심은 집. 웬 지붕에 풀이람!

△ 경기도 가평 생태주택 지붕을 덮은 새덤류 식물들. 건조에 잘 견디는 외래식물과 돌나물, 바위솔 등으로 이뤄졌다.

생태건축을 가능하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건축주의 환경에 대한 의식이 앞서야 할 것 같다. 몇 해 전 대성리에 단독주택을 설계하면서 느낀 것이다. 그때는 한참 생태건축에 관해 강의를 하던 터라 설계제의가 들어왔을 때 내가 아는 지식은 모두 실현시키려는 의욕이 앞섰지만 많은 난관에 부딪쳤다. 풀을 머리에 이고 어떻게 잠을 자냐는 것이다. 이웃이나 건축주가 하는 말이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집 한채 들어선다고 자연을 훼손할까 했는데 한 두채 들어서기 시작한 집들이 벌써 골짜기에 꽤 들어섰다. 공사비가 비쌌지만 건축주의 이해로 결국 경사가 40%나 되는 지붕에 녹화를 하게 되었다. 물어 물어가며 고양시의 지피 식물원까지 찾아가서 새덤류를 구하고 일부는 인근에서 자라는 돌나물을 캐다 심었다.

지난 여름 장맛비가 억수같이 오는 날이면 우리 모두 가슴을 졸였던 것을 기억한다. 무사히 여름을 보낸 대성리 집의 지붕은 어느덧 무성해진 돌나물과 이제는 제법 자리를 잡은 새덤류가 지붕을 하나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녹화된 수풀사이로 벌레들도 살 것이며, 그 벌레를 잡아먹으러 새들도 놀러올 것이다.

또한 녹화된 지붕은 콘크리트지붕에 비해 열전도율이 낮아 여름철 냉방 에너지 절약과 겨울철 난방에너지 절약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 콘크리트 표면은 여름철 낮에 50℃ 이상까지 온도가 올라가지만 녹화를 한 표면은 25℃ 정도를 유지하고, 겨울철 콘크리트 지붕면은 하루 17시간 이상 영하로 떨어지는데 반해 녹화된 표면은 영상을 유지한다.

배기가스와 먼지로 인해 공기중의 더러운 미세먼지가 초기 빗물에 섞여 하천오염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데 지붕녹화는 이러한 오염된 초기 빗물을 토양과 식물을 통해 여과시키는 작용을 함으로써 수질오염을 경감시킨다. 소량의 비가 내릴 경우 녹화된 옥상에서는 빗물을 함유하여 다시 공중으로 증발시켜 하나의 작은 생태적 순환체제가 이루어지게 된다.

흙을 상실한 우리의 도시는 그 속에 뿌리를 내리는 풀 한포기, 작은 벌레조차도 함께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거창하게 도시의 열섬현상이나 홍수를 예방한다는 차원이 아니더라도 창문을 열면 싱그러운 풀내음을 가까이서 맡을 수 있고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60~70년대 우리가 민둥산에 나무를 심었듯이 모든 민둥머리 건물에 초록을 입혀 자연을 끌어안고 사는 도시를 그려본다.

이태구/세명대 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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