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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복이 인간에게 제2의 피부라면 집은 제3의 피부

여름밤 학교 연구실에서 느지막이 일이라도 하면 풍뎅이나 날벌레들이 방충망 사이로 어느 틈엔가 들어와 윙윙거린다. 불빛을 보고 들어온 벌레들은 다음날 여지없이 연구실 구석 어딘가에 널브러져 죽어있는 것을 보게 된다. 산속에 자리 잡아 공기 좋은 연구실이건만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건물내부는 벌레들에겐 그렇지가 못한 듯 하다.

이와는 반대로 우리집은 그런대로 벌레들도 살만한 집인가 보다. 가끔씩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풍뎅이며 거미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한다. 흙과 나무로 마감한 우리집에선 벌레들을 죽이지만 않으면 스스로 살아 돌아나간다. 물론 아내는 징그럽다고 하지만 아이들에겐 신기한 자연관찰감이기도 하다.

오늘날 현대화된 도시에서 사람들은 생애의 80~90% 가까운 시간을 건물 내에서 보내게 된다. 이는 건물의 내부공간이 건강하고 쾌적하게 형성되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의복이 인간에게 제2의 피부라면 집은 제3의 피부이다. 따라서 건축재료는 살에 닿는 의복과 같이 화학적·물리적인 영향을 막아주는 기능은 물론 신선한 공기를 들여오고, 이미 사용하여 오염된 공기는 외부로 나가게 하는 최대의 환기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요즘 잘 지어졌다고 하는 건물들을 보면 대리석이나 유리, 합금, 합성수지 등 비싼 재료들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재료들은 자체적으로 통기가 불가능해서 인공적인 환기장치를 통해서나 외부공기가 드나들어, 두통이나 피부가려움증 등의 건물 증후군(Building Sick)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건물 내부공간의 마감재료는 숨을 쉬고 유해물질이나 냄새를 제거하는 기능을 하는 자연 회반죽, 석고, 황토 성분 등이 좋다. 회반죽은 전달율이 높아 실내 습도를 조절하고 건물내부에 곰팡이류와 같은 박테리아를 제거하는 기능이 뛰어나 건강한 실내공기를 제공한다. 방화성과 방음기능, 쾌적한 표면온도가 좋을 뿐만 아니라 열을 축적하고, 지역에서 구하기 쉬운데다 가격이 저렴해 이용이 편리하다. 반면 습기에 약하여 외부에 사용하는 데는 어려운 점이 많다.

회반죽에 첨가하는 접착재료로는 시멘트와 석회, 석고, 마그네사이트 등이 많이 사용된다. 시멘트는 제조과정에서 1450℃의 고온으로 재료를 소성하기 때문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므로 생태적으로는 추천할만한 재료는 못된다. 반면 석회와 마그네사이트는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재료로 석회 블럭이나 회반죽, 몰탈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가능한 재료이다.

그러나 이렇듯 건강한 자연재료들도 잘못된 표면처리로 인하여 제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재료 자체 뿐 아니라 마감상태를 어떻게 자연적으로 무해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가와 또한 해로운 발산물이나 마모가 유발되지 않도록 처리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는 환경과 인간생활의 조화를 생각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임에 틀림없다. 더 자연에 조화하고 친환경적인 재료가 무엇인지지 분명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태구/세명대 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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