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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라는 블랙박스

내부의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을 블랙박스라 부른다. 이 블랙박스의 작동 원리를 추론하기 위해 다양한 조건하에서 다른 입력값들을 넣고 출력값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하게 된다.

의학이 과거에 비해 많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현대 의학으로는 고치지 못하는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 것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증명한다. 현재 인간은 해변 모래사장에서 모래 몇 알 만큼의 지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로 현재까지 이룩한 의학적 업적을 내려놓고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으로, 인체를 알 수 없는 블랙박스로 가정하고 접근한다면 오히려 유용한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몸의 입출력

몸이라는 블랙박스의 상태를 알기 위해서는 입력에 따른 출력을 관찰해야 한다. 그렇다면 몸의 입력값, 출력값은 무엇일까?

주된 입력은 우리가 먹는 음식 그리고 숨쉬는 공기 정도가 되겠고, 대부분의 출력은 똥, 오줌이겠다. 입력(음식)은 인간 개개인이 선택, 통제할 수 있는 반면 출력(똥, 오줌)은 몸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우리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려면 이 출력물을 관찰하면 되는데, 어떤 상태의 출력값이라야 우리 몸이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똥, 오줌은 건강의 바로미터

오줌은 건강검진시 기본으로 검사하는 항목이다. 오감으로 색상, 혼탁도, 냄새를 검사할 수 있고, 현미경으로 적혈구, 백혈구, 세균 등을 관찰할 수 있다. 화학적으로 pH(산도), 요단백, 요당, 요잠혈 등의 검사가 가능하다.

또 기본으로 하는 검사가 피검사다. 피라는 것은 인체 레벨의 출력값은 아니지만 각 장기 레벨의 입출력값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매우 다양한 검사 항목이 있으며, 영상 장비(X-ray, CT, MRI)에 의한 검사를 제외하면 현재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건강 체크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인체 출력값인 똥을 검사하는 건강검진은 아직 본 적이 없다. 왜 정기적으로 똥을 검사하지 않는가? 현대 의학의 수준이 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똥도 오줌, 피와 같이 건강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가장 중요한 바로미터다.

마이크로바이옴(인체 미생물 생태계)에 대한 인식이 점점 커지고 있고, 특히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건강에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다각적으로 나오고 있는 시점에 조만간 건강검진에 똥 검사가 포함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건강한 똥

건강한 몸이 출력하는 똥이란 어떤 상태일까? 비유적으로 갯벌을 생각해보자. 갯벌 등급을 매길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인자가 생물다양성이다. 얼마나 다양한 생명체들이 해당 갯벌에 살고 있는지가 곧 건강한 갯벌인지를 판단하는 바로미터라는 것이다. 이것을 똥에 그대로 적용해 볼 수 있겠다.

더 다양한 미생물이 살고 있을 수록 건강한 똥이 되는 것이고, 얼마나 다양한 미생물들이 내 똥에 살고 있는지 검사하는 것이 검강검진의 중요한 항목이 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장내 미생물을 활성화하여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앞으로 의술이 발전해 가야할 방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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