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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한국식 BBQ의 인기

Escaper 2023. 1. 1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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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한류(K-food)

K-pop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동반 상승세를 보이는 분야는 바로 한식(K-food)이겠다. 김치, 비빔밥, 불고기야 그 이전부터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3, 4년 전부터 유행하는 유튜브를 보면, 서서히 서양인들이 한국식 BBQ의 맛에 빠져들기 시작해서 해외에서 개업한 가게들마다 문정성시를 이루는 영상들이 많이 보인다.

고기를 불에 익혀 먹는 문화는 세계 어디를 가나 공통적일텐데 한국식 BBQ란 어떤 특색을 지녔기에 서양인들에게 어필하고 있을까, 그 핵심을 생각해보자.

고기 맛은 지방맛

고기의 맛이란 정확히 어떤 성분의 맛을 의미할까? 고기 기름, 곧 지방의 맛이다. 뜨거운 열에 살점 속에서 녹아 나오는 지방, 그 고소한 맛.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튀김에는 고소한 기름맛이 기본적으로 배어있기 때문이다.

빨간 근육살에도 육즙이 나와 맛을 내기는 하지만 혀 전체를 지배하는 지방 맛에 비하면 그 점유율은 10% 미만일 것으로 생각한다. 근육살은 맛보다는 씹는 식감을 좌우한다.

이를 뒷받침 하는 예가 소의 갈비살과 돼지의 삼겹살인데, 기름기 넘치는 이 두 부위가 가장 비싸면서도 인기라는 사실은 맛있는 지방을 가진 고기가 곧 맛있는 고기라는 인식을 정확히 나타내준다. 반대로 지방이 부족한 부위는 불고기나 제육볶음과 같이 양념을 첨가해서 먹는다는 사실도 역시 고기맛에 있어 지방의 역할을 분명히 보여준다.

지방맛 극대화 하기

고기의 맛을 좌우하는 이 지방맛을 극대화하는 차별화된 방법이 한국식 BBQ에는 존재하는데 두 가지다.

첫째,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불판이다. 이 불판에서 고기를 빠르게 구워서 바로 입으로 가져간다. 불판의 뜨거운 열기에 잘 분해되어 활동성이 증가한 지방 분자들이 식기전에 입안으로 들어가 혀의 미뢰를 제대로 자극한다.

이에 비해 서양의 스테이크는 후라이팬이나 바베큐 그릴에서 접시로 서빙되는 순간부터 식기 시작해서 고기맛을 지배하는 지방이 굳기 시작한다. 지방이 굳으면 활동성이 떨어지고 뭉쳐지기 때문에 입 안에서 체온으로 다시 덥혀져 지방 분자들이 풀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서양인들이 우리와 비교해 고기를 크고 두껍게 먹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크고 두꺼우면 열기를 보존하기 유리하니까.

불판에 쉐프가 아닌 소비자가 직접 구워 먹는 방식은 부가적인 새로운 재미도 준다. 중국의 양꼬치 구이가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 고기를 꼬치에 꽂아 숯불 위에 돌려가며 구워먹는 방식이 새롭게 다가와 인기있던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 아무 양념도 바르지 않은 생고기를 구워 소금 - 된장이나 쌈장도 넓은 의미의 소금으로 본다 - 에 찍어 먹는다. 소금도 불판의 열기와 비슷하게 지방 분자를 잘 풀어주는 역할을 하므로 동일한 고기의 지방이라도 더 맛이 강조된다.

비해 서양의 바베큐는 생고기가 아닌 온갖 시즈닝으로 맛을 내게 되는데, 이는 과거 고기에 잡내가 많이 났을 때 의미가 있었지만 순수한 고기 자체가 맛있다면 반대로 고기맛을 해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한국식 BBQ의 차별점이 바로 인기 이유

음식이 지속적으로 인기있는 이유는 첫째도 맛이요, 둘째도 맛이고, 셋째도 역시 맛일 수 밖에 없다. 넷째 정도가 새로운 방식이 주는 흥미로움 정도이겠다. 하지만 이것뿐이라면 K-food의 인기는 금방 사그라들 것이고, 반대로 이 새로움이 음식의 맛을 배가하는 방식이라면 시간이 갈 수록 인기는 늘어날 것이다.

테이블 위에 놓인 불판과 빠르게 구울 수 있게 작고 얇게 썬 생고기, 더하기 소금. 이 두 가지 요인이 한국식 BBQ 인기의 핵심이다. 이 분석을 믿는다면 불판을 개발・생산하는 회사는 불판의 세계화에 대비해 최대한 특허를 신청해 불판 생산에 진입장벽을 만들고 새로운 불판 개발에 좀 더 많은 투자를 생각해 볼 만하다.

한식이여 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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