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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성희롱과 성추행

Escaper 2019. 9. 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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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머리 속에서 자기검열이 일어나고 있다. 기분 좋지않은 작용이지만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면 괜찮아지리라 생각하며 과거에 내가 행한 잘못을 머리속에서 꺼내어 풀어내 보자. 그래야 내가 조금 자유로워질 것 같아서다. 현재의 감정은 몇 년이 지난 후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때가 되면 풀어보기로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했던 회사는 대기업이었다. 인간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한 팀에 20여 명 정도였었나... 건물 한 층에 이런 팀이 6~8 정도 있었다. 팀마다 사원급중 어느정도 회사생활을 해본 3, 4년차 정도에서 총무를 뽑았었는데 내가 4년차때 - 그러니까 2004년 정도였겠다 - 사다리를 잘못타는 바람에 1년간 총무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 역할이란게 별게 없는게 한 달에 한 번 팀 회식 자리를 잡으면 되었고, 팀원들 경조사가 발생하면 전체 메일로 공지를 해주는 정도였었다. 회식을 하면 내 신용카드로 결재를 하고 경리 업무를 보는 여사원에게 카드 전표를 전해주면 처리를 해줬다. 이 경리 업무를 보는 여사원은 건물 한 층에 2명 정도씩 있었는데 상무? 사무실 옆에 자리를 하고 있어 비서 정도의 역할도 같이 했던 걸로 기억한다. 대부분의 업무상 발생하는 비용처리는 모두 온라인으로 결재 처리를 하니 사실 총무를 하지 않으면 이 경리 여사원을 볼 일은 거의 없다. 아무튼 난 총무를 하게 되었고 좋으나 싫으나 한 달에 한 번은 이 여직원을 만나게 되었는데, 처음 몇 달은 기세고 키 큰 여자였었고 그 후 새로 사원이 들어왔는데 막 대학교를 졸업한 예쁘장한 아이였다.

그 다음 달이었나... 우리 팀 소속은 아니었으나 쨋든 새로 입사한 여직원이었으니 팀 회식할 때 초대를 했다. 거절을 했었는지 흔쾌히 참석을 했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아무튼 참석을 했고, 회식 공지할 때 그 사실을 알리니 남자직원들은 모두 환호했다. 수컷들이란...

회식을 시작하고 당연히 소주 한 두 잔을 한 뒤였다. 내가 이 여사원한테 새로 입사했으니 팀장(부장급)님께 한 잔 따라드리라 이야길 했다. 여기서 끝났으면 되었을걸... 문제의 한 마디를 더 하게 된다.

'부장님이 여자가 따라주는 술을 좋아하거든요.'

술도 취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쓸데없는 말이 왜 나왔는지 모르겠제만 이 당시에는 전혀 문제가 되질 않았었다. 직장내 성희롱, 뭐 이런 개념은 회자되지 않을 때였으니까. 수 년이 지난 후 티비였나... 신문에서였나 성희롱에 대한 이야길 하면서 예를 들었던 것이 술자리에서 여사원에게 강제로 술을 따르게 하는 것이었다. 듣는 순간 수 년전 이 회식자리가 머리속에 생생히 기억나면서 저 말을 했던 것까지 떠올랐다. 이런 기억은 왜 지워지지도 않는지... 내가 성희롱을 했었다는 자각이 수 년 후에 일어나는 순간이었고 오싹해졌다.

지금은 얼굴도, 이름도 기억에 없지만 지금이라도 사과를 하고 싶다. 더해서 그 분의 기억속엔 남아있지 않길 바래본다.

이번 건은 성희롱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전문가에게 묻고싶은 경우다.

위 회사에 아직 다닐 때였는데, 인간들이 많으니 점심시간 엘리베이터는 꽉 찬 상태로 이동을 하게된다. 팀원들과 점심을 같이 먹은 후 담배 한 대 피고 올라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야길 하다가 내가 어떤 섹드립을 날렸었다.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기억에 없고, 회사였으니 당근 마일드한 드립이었을 꺼고, 우리 팀원들은 빵 터졌는데 다른 팀원들은 대부분 모르는 사람들이었고 어떤지 관심도 없었다. 문제는, 내려야할 층에 도착해서 우르르 내리는데 엘리베이터 안에 키가 작아 눈에 안보이던 여사원이 한 명 있었던 거시어따. 내려서 직속 상관이었던 책임 한분이 내게 핀잔을 줬다. 여사원 있는데 그런 말 하면 어떻하냐고. 머 성인인데 어떻냐고 내가 반응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여성에게 직접적으로 한 말도 아니고, 그냥 가볍게 웃고 넘어갈 만한 농담도 같은 공간에 있던 여성이 불쾌했다면 성희롱일 수 있을까?

이번엔 내가 당한 경우를 풀어보자. 난 불쾌하지 않았으니 뭐라 정의할 순 없고, 그냥 희한한 경험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위의 두 경우보다는 등급이 센, 객관적으론 성추행에 해당하는 것이었으리라.

2011 또는 2012년 한여름이었다. 평일 저녁 시간 분당에서 평촌쪽으로 가는 빨간 버스 맨 뒷자리, 자면서 가고 있었다. 난 버스에서도 잘 자는 편인데 이상한 느낌에 잠에서 깼다. 멍한 상태에서 이상한 느낌의 원인을 찾기까지 수 십초가 흘렀는데, 알고보니 옆에 나시티를 입은 여자가 앉아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자고 있었다. 이것만으론 별 무리가 없었지만, 팔 전체의 살을, 반팔을 입고 있던 나의 팔에 고스란히 옆쪽에서 짝이 맞게 붙여 놓은것이 아닌가. 이게 이상한 느낌의 정체였다.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 어깨를 툭 쳐서 깨우고는 나는 다시 잠에 들었다. 잠에 들었는지 멍한 상태로 깨 있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문제는 다음 날이다. 애들 방학때라 데리고 서해안으로 놀러가려고 아침 일찍 같은 버스를 타고 분당으로 향했다. 직장인이 출근하기에는 이른 시간, 그러니까 7시? 또는 10분 전? 정도였는데 버스안에는 나 포함 두 명이었다. 몇 정거장 더 가서 몇 사람이 더 탄다. 난 그냥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근데 누가 내 옆자리에 앉는거다. 오싹했다. 버스에 딸랑 두 명이 타고 있었는데 누가 이미 사람이 있는 자리 옆에 앉겠는가, 아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말이다. 어떤 여자였다. 이거 뭐지? 이상했지만 그냥 창밖을 보며 가고 있는데 이 여자가 종아리를 내 종아리에 밀착한다. 난 피서 복장이었으니 반바지였고 그 여잔 전형적인 직장인 투피스 치마를 입고있었으니 당근 맨살끼리 만난거지.🙄🙄🙄 거기다 비비기까지 한다. 싸이코네 이거... 생각하며 얼굴을 쓱 쳐다봤다. 화들짝!!! 어제 그 여자인거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정면만 쳐다보고 앉아서는 다리로 장난을 치고 있는 상황이라... 난 이게 지금 어떤 상황인지를 판단코자 30초 정도 생각을 한 것 같다. 아니면 그 상황을 즐겼을지도 모른다.☺️☺️☺️ 무튼 이전에 동일한 상황을 경험해 봤다면 좀 더 가볍게 생각을 했을지 모르지만 처음 겪는 사건이라 빠져나와야겠다고 판단을 한다. 사이코 짓엔 더 한 행동으로 응수. 내가 더 비비기 시작했다. 더 티나게 부비부비. 그러니 멈추더라. 그리고 자는척 하네? 😂😂😂

아래 이야긴 그냥 재밌는 이야기 정도이겠고, 위에 내가 피해를 줬던 그 분에게는 정말 사과를 전하고 싶다. 나처럼 트라우마로 남아있지는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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