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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生과 死에서의 역할

Escaper 2020. 10. 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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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거대하며 총체적 시스템은 국가라 할 수 있겠다. 이 시스템 중 가장 수명이 오래된 것이라 해봤자 로마제국이 1,200년 정도. 한반도에서 잉태된 국가를 살펴봐도 신라가 1천여년, 고려 500년, 조선도 500여년.

지구의 나이가 45억년이라 하니, 태양계, 더 큰 은하계를 생각하자면 우리 문명의 수명은 자연계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질 않는다.

 

자연계는 규모 면에서도 끝없을 만큼 거대하면서 그 수명 또한 상상초월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가? 무엇이 다르길래...

내 짧은 생각으론 그 힘은 '순환'에 있다. 무언가 고정돼 있지 않고 변이하며 순환한다. 예를 들면, 물이 그렇지 않은가. 다양한 형태와 위치로 변이하고 움직인다. 에너지 또한 그렇다. 가깝게는 혈관을 흐르고 있는 피도 좋은 예다. 인간의 직선적 사고와는 다르게 회로(回路)를 그린다. 이것이 자연계가 유지되는 강력한 힘인듯 하다.

 

우리 농법도 한때는 이 회로에 포함됐었다. 즉, 우리가 배출한 똥이 다시 입으로 들어오는 회로. 하지만 공업비료가 발명되면서 그 회로에서 많이 이탈한 듯 하다. 내 소견으로 이런 농법은 절대 지속가능할 수 없다.

반대로 이 회로를 닮으려는 노력이 있다. 바로 쓰레기 분리수거 후 재사용하려는 시스템. 이렇게 해야만 우리 문명이 지속가능하다는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으리라.

 

이런 회로의 관점에서 생사生死를 생각해보자. 우리가 살아가려면, 명줄을 유지하려면 살아 있는 것들을 파괴해서 흡수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죽어서 우리의 역할은 무엇일까? 무언가의 먹이가 돼야한다. 또는 먹이가 됨으로써 생을 마감해야 한다. 그것이 회로의 관점에서 건강한 죽음이라 생각한다. 고로 화장을 반대한다.

 

난 죽어서 미생물의 먹이가 되고싶다.

사족을 달자면,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 죽기는 싫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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