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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먹을것

[펌] 맛집의 비밀

Escaper 2017. 11. 6.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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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유머 펌 - http://t.co/QbVP5OjPKD




개인적인 사정으로 가족이 있는 시골집에서 나와 도시에서 혼자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매우 좋아하고 혼자하는 취미도 많아 처음에는 은근히 신났지요.

그런데 두 어달 생활하면서 차츰 게을러지는 자신이 별로 달갑지 않더라구요.

궁여지책 끝에 하루에 서너 시간이라도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보다가

한 식당에 하루 네시간씩 알바를 하게 되었어요.

 

시간당 알바비를 꽤 많이 주길래 아! 많이 바쁜 곳인가보다, 짐작은했는데

막상 일을 해 보니 은근히 알려진 맛집이더라구요.

처음 일을 할 때에 참 많이 신기했어요.

무 짱아찌가 짜지도 않고 어찌 그리 맛있던지요?

물론 다른 반찬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짜지 않은데도 감칠맛이 나고 정갈하더라구요.

메인메뉴는 보양식이었는데 이 또한 아주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었지요.

장아찌류는 카운터에 내놓고 판매도 하였는데

식탁에서 직접 맛을 본 손님들은 주저 없이 구매를 하였습니다.

물론 저도 무 장아찌랑 깻잎 장아찌를 구매하였지요. 혼자 먹는밥, 그 반찬만으로도 훌륭했습니다.

아마도 수더분한 주인 내외의 인상이 그 맛을 더 신뢰하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내 할 일을 미쳐 해 내지 못할까 긴장하여 식당내의 모든것이 다 보이지 않았어요.

물론 주인 내외가 나를 믿을 수 없으니 살짝 숨겼을 수도 있구여,

사실 그 집의 가족이 아닌 직원이 오로지 나 하나 뿐이었거든요. 낮에는 주인의 며느리와 친구가 일을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일 주일...이 주일...점점 그 식당의 가족처럼 동화되어 갈수록 내 눈에는 이상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지요.

뜨거운 여름 날씨에 창고 안에는 뚜껑도 없이  며칠간 물에 잠겨 방치되어 있는 물건이 있었어요.

하루는 양파자루에 옮겨 담아 놨길래 버릴건 줄 알았던 그 물건이 무 장아찌 재료였던 거예요.

안주인이 열심히 무치다가 간을 보더니 너무 짜다고 맛을 보라고 합니다.

내키지 않았지만 저도 맛을보니 진짜 짜더라구요.

바깥주인이 다시 물에 담그라고 하니까 안주인이 콧방귀~ 갑자가 하얀 가구를 무장아찌에 들이 붓습니다.

다른 일을 하면서 힐끗 보니, 미원과 설탕을 수북히 쏟아 붓더니 국자로 뒤적거리는 겁니다.

순간 우웪하고 토 나올 뻔 했습니다. 집에 와서 남아 있던 무장아찌 다 버렸습니다.

그 짜지 않던 감칠맛이 바로, 뒤지게 짠거에다가 미원과 설탕을 범벅으로 쳐 넣은 맛이란 걸 알게 된거죠.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누렇게 뜬 맛있는 깻잎의 정체는 처음 담글 때 빙초산을 미친듯이 들이 붓는 것이었습니다.

집에 남아 있던 깻잎도 물론 버렸습니다.

정작 메인 메뉴는 어떻게 배합 하는지 보지 못했지만, 뻔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이 식당은 잔반을 하나도 버리지 않습니다. 다 다시 들이 붓지요.

그것도 금방 부으면 혹시라도 손님에게 들킬까 주방 안에 더러운 구석에 

뚜껑도 없이 방치하며 하루종일 모아 다시 반찬통에 넣습니다.

사실 이집은 냉장고 안이건 밖이건 뚜껑이 있는 식기는 없습니다.

아! 식구들이 먹는 반찬통에는 뚜껑 있습니다.

그리고 식구들이 밥 먹을 때에는 절대로 손님상에 나가는 반찬따위는 먹지 않습니다.

 

이걸 영앙식이라고 일주일에 두 어번씩 마나님과 친구들과 함께 와서 드시고 가면서

건강을 챙긴 것 같은 착각에  뿌듯해 하시는 단골 영감님들 많습니다.

그 이영돈 피디가 하던 먹거리 파일, 처음에 재미있게 보다가 나중에는 여론 따라 

'너무 심하다. 그거 보면 세상에 먹을거 하나도 없다'고 은연 중 생각했던 것들이 떠오르면서

'아! 이런 걸 그 프로를 만든 사람들이 벌써 알고 있었구나' 싶은 생각이 절실하게 납니다.

 

우리 먹거리에 너무 맛 따지지 맙시다.

좀 귀찮더리도 집에서 신선한 재료로 직접 만들어 맛없는 대로 그냥 먹읍시다.

어쩔 수 없이 외식 하게 되면 아주 맛있는집 가지 말고 '집에서 먹던 정도 맛' 나는 집 갑시다.

아 물론 정직하게 맛있는 집, 있겠지요.

게다가 미원이나 설탕 약간은 들어가야 되는거도 맞고요.

 

그게 '집에서 먹던 보통 맛'나는 집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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